“ㅡ얼른 다이애나를 붙잡아!”

샤킬은 황급하게 레이저를 뒤쫓았다. 레이저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깨달은 그는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방금 전까지 벌어졌던 혼전 와중에 소녀는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조용히 전장을 벗어나 있었다. 시드니가 고용했던 용병들은 실력이 하나같이 형편없는 자들이었는지 모래벌판 위에 서 있는 건 모두 샤킬의 부하들뿐이었다. 그녀는 남은 네 사람이 달려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다시 인질로 붙잡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머뭇대고 있던 그때, 저 멀리서 레이저의 고함소리가 그녀를 다시 현실로 잡아끌었다.

“3호! 대답해라. 네 정체를 눈치 챈 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소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레이저의 말은 곧 후안 가의 일원을 향한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해내야 할 일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녀는 꼬리를 휘둘러 가장 가까이에 다가온 도마뱀 전사 하나를 나동댕이쳤다. 여전히 두 손은 묶여 있었지만 민첩한 몸놀림까지 가로막을 순 없었다. 소녀는 두 손을 힘껏 잡아당겨 밧줄을 풀어냈다. 그동안 밧줄을 몰래 느슨하게 만들어 두었던 소녀는 대담하게 묶여 있던 손을 풀어냈다. 두 손이 자유로워지자마자, 전사들이 아직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틈을 타 도마뱀 일족의 약점인 복부를 걷어찼다. 바닥에 늘어진 꼬리를 콱 짓밟으면서 그녀는 전사의 몸을 타고 올라 목덜미를 졸랐고, 주둥이를 움켜쥔 채 간단하게 목을 꺾어버렸다.

소녀는 쓰러진 전사의 검을 집어 들었다. 몸을 낮춘 채 꼬리에서 밀려드는 고통을 꾹 눌러 참고 소녀는 자신의 적의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가주님은, 비밀을 알아챈 놈들을 모조리 죽이라고 명령하셨어요!”

그녀는 무기를 꽉 움켜쥔 채 크게 소리쳤다.

소녀의 숙련된 싸움 솜씨에 깜짝 놀란 듯, 남은 세 명은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지척까지 다가온 레이저가 암기를 뽑아 그들을 향해 내던졌다. 암기로는 도마뱀 일족에게 상처를 입힐 순 없었지만, 주의를 레이저에게 끌어들이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그들은 레이저뿐만 아니라 소녀까지 함께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레이저는 도마뱀 일족을 향해 돌멩이 크기의 정교하게 제작된 룬 도구를 내던졌다. 소녀는 룬 도구가 날아드는 걸 보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다. 룬 도구는 레이저의 조작과 함께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태양빛보다도 더욱 강렬한 섬광을 일으켰다. 눈을 내찌르는 갑작스러운 섬광에 도마뱀 전사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소녀는 눈을 부릅 뜨고 칼을 쥔 채 내달렸다.

“멈춰있지 마라! 거리를 벌려, 계속 무기를 휘두르라고!”

샤킬도 섬광에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던 그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눈을 게슴츠레 뜬 샤킬이 서둘러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소녀는 칼을 내팽겨쳤다. 그리고 도마뱀 전사들이 아직 눈을 뜨지 못한 틈을 타 그들 중 하나에게 달려들었다. 소녀는 손톱으로 전사의 눈알을 힘껏 내찔러 그의 시력을 앗아갔다. 그것은 도마뱀 일족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였다. 눈이 아니면, 손톱을 쓰든 시미터를 쓰든 소녀는 두꺼운 비늘을 가진 도마뱀 전사들의 가죽에 상처를 입힐 자신이 없었다.

“선생님, 여긴 제가 맡을게요!”

소녀가 계속해서 소리쳤다.

레이저는 그녀의 의미를 알아채곤 즉시 뒤돌아 샤킬을 막아섰다. 소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샤킬만 잡아둘 수 있다면 나머지는 금방 해결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