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붙어보자고!”

샤킬은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바닥을 박차고 뛰쳐올랐다. 다시 바닥에 쿵 내려앉는 순간, 바닥에 놓인 금과 은으로 된 식기들이 덩달아 튀어 올랐다. 이어서 그는 거대괴수 바비큐를 짓밟으며 엄청난 각력으로 단번에 할리파의 가주 앞에 내닿았다. 시녀들의 비명소리가 마치 흥을 돋우는 노랫가락처럼 울려 퍼졌다. 빈손으로 싸움을 시작한 두 사람은 양탄자 위에서 한 뭉텅이가 되어 서로를 물어뜯었다. 도마뱀 일족 일부는 싸움에 끼어들었고,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서서 그들이 마음껏 날뛰도록 자리를 비웠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소녀는 새어나오는 비명을 참을 수 없었다.

“진정하거라.”

크무트가 곁에서 조용히 경고했다.

소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억지로 꾹꾹 누르며 무덤덤한 척 지켜봤다.

이것은 도마뱀 일족의 첫손님맞이 전통이었다. 일부러 시비를 걸어 싸움을 일으키고 서로의 위치와 태도를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사상자가 생기지 않아도ㅡ인명사고는 매우 흔한 일이긴 했다ㅡ누군가 반드시 중상을 입어야만 싸움이 중단되었다. 약육강식은 곧 사막왕국의 풍습이자, 강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강자가 존재하기 위해선 반드시 약자가 만들어져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연회 주최자가 이런 싸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다면 손님들에게 모욕을 당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잉겐과 크무트는 엄숙한 표정을 유지하며 손님들이 승부를 가를 때까지 기다렸다.

소녀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있던 순간, 마지막 비명과 함께 할리파의 가주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수흐 가의 가주는 만족한 듯 숨을 헐떡이며 물러선 뒤, 피투성이가 된 패자의 몰골을 감상했다.

“꽤 잘 버텼잖소, 친구여.”

물론 샤킬 역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온몸엔 날카로운 발톱에 할퀴어진 혈흔으로 가득했고, 꼬리는 하마터면 잘려나갈 뻔했다.

“봐주어서 감사하오……친구여.”

피가 섞인 침을 내뱉은 할리파의 가주가 뼈가 부러진 고통을 참아내며 겨우 말을 내뱉었다.

“하하하! 좋소! 오늘부터 우리는 모두 형제요ㅡ!”

수흐 가의 가주가 거대한 손을 휘둘러 할리파의 가주의 갈비뼈를 퉁 내리쳤다. 그는 마지막 피를 토해내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크무트, 서둘러 내 형제를 치료해주길 바라오!”

진작부터 대기하고 있던 시녀장은 소매를 걷어붙인 뒤 할리파 가문의 남은 가신들을 지휘했다. 두세 번 왕복하며 쓰러진 자들을 모두 방으로 옮기고 나자, 가주에 의해 연회장에서의 싸움이 종결되었음이 선포되었다.

“당신도 응급처치를 받는 게 좋겠어요, 수흐 가의 자손이여.”

미소를 지은 잉겐이 찬사가 섞인 어조로 말했다.

“괜찮소. 피를 좀 흘려야 식욕이 돋으니까. 이제야 밥 좀 먹겠군!”

수흐 가의 가주는 음식들 위를 뛰어넘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이애나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당신네 왕위 계승자는 좀 더 대담해질 필요가 있겠구려. 자, 다이애나. 이리로 내려와 삼촌과 같이 들겠느냐?”

그의 갑작스러운 초대에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잉겐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손님들께서 앉을 자리도 부족할까 그렇답니다.”

잉겐이 말했다.

“어허, 후안 부인. 나는 다이애나에게 묻고 있는 거요.”

수흐 가의 가주가 끈질기게 손짓하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면, 당신네 아가씨는 덜덜 떨기만 하고 있으려고 찾아왔소?”

가주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젠 더 이상 수흐 가의 시험을 막을 수 없었다.

소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암살자를 정면에서 마주친 그때보다 더욱 긴장될 줄이야.

ㅡ다이애나 아가씨라면 뭐라고 대꾸했을까? 아니, 고민해야 할 것은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 대꾸해야 가장 좋은 대답일까?